한국이 원전을 다시 꺼낸 이유. AI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원전 얘기가 다시 나올 줄은 몰랐다. 탈원전 논란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정부가 '소형 모듈 원자로(SMR)' 특별법까지 꺼내 들었다. 그것도 AI 때문에.

SMR 특별법, 9월 11일부터 시행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월 11일부터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상용화 특별법'과 시행령을 본격 시행했다. 올해 3월 법이 제정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연내에는 범정부 'SMR 촉진위원회'도 출범할 예정이다.

SMR이란 기존 대형 원전보다 훨씬 작은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다. 공장에서 모듈을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낮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이미 앞다퉈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

왜 하필 지금일까? 답은 간단하다. AI다.

ChatGPT 한 번 쓰는 데 일반 구글 검색의 약 10배 전력이 든다. AI 모델이 커지고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2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 SK 모두 AI 인프라를 확장 중이고, 이에 따른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24시간 안정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대량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SMR이다.

삼성, SK, 두산 모두 SMR 시장 눈독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핵심 부품 제조에 뛰어들었고, 삼성물산은 해외 SMR 사업자들과 협력을 모색 중이다. SK그룹은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하며 선제적으로 포지셔닝했다.

해외에선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폐쇄됐던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을 AI 전력용으로 재가동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의 SMR과 20년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은 SMR 스타트업 X-에너지에 투자했다. 빅테크 전부가 SMR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으로 낙점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SMR의 경쟁력은 있을까

한국은 원전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다. APR1400 등 대형 원전 수출 경험도 있고,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SMR 독자 모델 'i-SMR' 개발을 추진 중이다. 특별법 시행으로 연구개발 예산 지원, 인허가 패스트트랙, 실증 부지 확보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도 있다. 아직 상용화된 SMR은 전 세계에 거의 없다. 러시아가 유일하게 소형 부유식 원전을 운영 중이지만 규모가 다르다. 기술적 완성도와 경제성 검증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에너지가 곧 AI 경쟁력이다

앞으로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는 전기다. 누가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탄소 없는 전기를 공급하느냐가 AI 산업 패권의 핵심이 될 수 있다. 한국이 SMR에 올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탈원전 논쟁을 넘어서, 이제 원전은 '환경 vs 경제'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생존의 문제'가 됐다.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한국 SMR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도약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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