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드디어 켰다 — 세계 30위권 AI 슈퍼컴퓨터, 이제 카나나가 달라진다

오늘 아침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잠깐 스크롤을 멈추고 다시 읽어봤다. 카카오가 세계 30위권 AI 슈퍼컴퓨터를 지난달부터 직접 가동하고 있다고? 그냥 뉴스가 아니다. 한국 AI 인프라 역사의 한 페이지가 오늘 쓰이고 있다.

69.1 페타플롭스 — 이게 얼마나 큰 숫자인가

카카오의 AI 인프라 계열사 카카오클라우드가 엔비디아 최신 GPU 'HGX B200(블랙웰)' 기반 슈퍼컴퓨터를 완성하고 지난 5월 말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정부의 'GPU 확보·구축·운용 지원 사업'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총 255개 노드 규모다.

실제 측정된 성능은 69.1 페타플롭스(PFLOPS). 초당 6910경 번 연산을 수행한다는 뜻이다. 기존에 카카오가 운용하던 32 PFLOPS 슈퍼컴퓨터보다 두 배 이상 강력하다. 지난해 11월 기준 글로벌 슈퍼컴퓨터 순위 '톱500'으로 환산하면 세계 33위 수준이다.

올해 들어 미국·유럽·중동·아시아 각국이 앞다퉈 엔비디아 GPU를 확보하면서 현재 기준으로는 40위권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민간 기업이 이 수준의 AI 연산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고 가동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슈퍼컴퓨터로 카카오는 무엇을 할까

카카오는 이 연산 자원을 세 가지 방향으로 쓸 계획이다. 첫째는 오픈AI와의 협력 사업. 둘째는 자체 AI 에이전트 서비스인 '카나나' 고도화. 셋째는 내부 업무 혁신과 AI 개발이다.

카나나는 카카오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AI 에이전트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일정 관리, 쇼핑, 정보 검색, 업무 자동화를 한꺼번에 처리해주는 개인 비서 서비스인데, 이번 슈퍼컴퓨터 가동이 카나나 성능에 직결된다. 수천만 명이 매일 쓰는 카카오 생태계 안에 이 연산 파워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만이 아니다 — 한국 AI 슈퍼컴 경쟁이 시작됐다

더 놀라운 건 카카오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같은 정부 사업에 참여한 NHN클라우드도 B200 기반 슈퍼컴퓨터 구축을 마무리하고 가동 준비 중이다. 세계 30위권 초반 수준의 성능이 기대된다.

그리고 이번 주 공개될 예정인 삼성전자의 AI 슈퍼컴퓨터는 더욱 충격적이다. 글로벌 15위권 수준의 성능이 예상된다. 현실화되면 국내 민간 기업 보유 슈퍼컴퓨터 중 단연 최강이다. 여기에 SK텔레콤, LG AI연구원까지 차세대 슈퍼컴 구축에 뛰어들면, 한국은 AI 인프라 강국 '글로벌 톱5' 진입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경쟁의 본질이 바뀌었다

1~2년 전만 해도 AI 경쟁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느냐'의 게임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좋은 모델을 훈련하려면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하고, 그 연산 자원을 직접 보유한 기업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쥔다. 미국은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이미 짓고 있고, 중국도 자체 GPU 클러스터를 대규모로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조금 늦었지만, 오늘 카카오의 슈퍼컴 가동은 그 출발선에 선 첫 총성이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삼성, NHN, 카카오, SKT가 동시에 AI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 주가 진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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